Page 4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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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께서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습니다.이는 법계라는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니 법
계의 테두리는 없어지지 않았습니다.만일 사사무애법계(事事無礙
法界)에 이르면 법계의 테두리가 없어지고 비로소 선을 설명하기
에 적합하게 됩니다.예컨대 ‘무엇이 부처입니까,마른 똥막대기
다’,‘무엇이 부처입니까,삼 세 근[麻三斤]이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이 때문에 진정(眞淨)선사는 게송으로 말하기를
모든 일마다 막힘이 없어
마음대로 자재하나니
손으로는 돼지머리를 잡고
입으로는 청정한 계율을 외운다
기생집을 드나들다
술빚을 갚지 못하여
사거리 한복판에서
걸망을 풀어헤쳤네.
事事無礙 如意自在
手把猪頭 口誦淨戒
趁出婬坊 未還酒債
十字街頭 解開布袋
무진거사는 참으로 아름다운 말씀이라며,어찌 쉽사리 들을 수
있는 말이겠냐고 감탄하였다.
원오선사는 종승(宗乘)과 교가[宗敎]에 두루 통하였다.그렇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