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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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장계가 하직하자 소남스님은 그에게 게송 두 수를 지
어 주었다.
그대가 여산을 찾아오니 여산 또한 그대에게 가더라
누가 다시 나 여산을 떠나가는가
산문 밖을 나서거든 산마루 바람에게 물어보오
큰 도는 높고 높아 본래 기댈 것이 없다네.
汝到廬山山到汝 更誰別我廬山去
出門問取嶺頭風 大道騰騰無本據
하얀 옷에 검은 두건을 쓰고
일 년 동안 한가히 산사를 빌려 썼구나
산문을 나서거든 왔던 길을 말해 보오
그 집은 누런 들판,푸른 아지랑이 속에 있느니.
頭載烏巾著白襴 山房借汝一年閑
出門爲說來時路 家在黃陂翠靄閒
나한사 소남스님의 계보를 따져 보면 황룡선사는 그의 조부 뻘
이나 그들의 이름자가 같고 도의 경지 또한 그에 버금갔으므로
총림에서 그를 소남(小南)이라 하고 황룡선사는 노남(老南)이라 높
였던 것이다.그러나 나한사의 소남스님은 도를 전하는 데 뜻을
두어 7년 간 법을 전하다 43세로 입적하였다.비록 지닌 포부를
펴 보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당시에 빛났고,또
한 후세에까지 칭송되니 가히 운거(雲居元祐:羅漢小南의 은사)선
사에게는 이런 제자가 있었다고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