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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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주인공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창공처럼 맑고 맑은 것이라고 하리
우레가 고동칠 때면
온 누리에 가득한 화창한 봄바람.
若問主人公 澄澄類碧空
雲雷時鼓動 天地盡和風
황제에게 이경(二更:밤 9~11시)의 독서거리로 불경을 올리자
황제는 신하에게 명하여 용뇌수(龍腦樹)*로 만든 발우를 하사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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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대각선사는 임금의 은혜에 감사를 표한 후 발우를 받들고서,
“우리 불법에서는 먹물옷을 입고 질그릇이나 쇠그릇에 밥을 먹는
데 이 바리때는 법답지 못하다”하고 태워 버렸다.중사(中使)가
돌아가 이 일을 아뢰자 황제는 몹시 기뻐하였다.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산으로 돌아갈 것을 바라는 마음에 송을
지어 올렸다.
도읍에서 여섯 해 동안 조사의 기틀을 펼치고
대궐에서 황제를 뵈온 일도 두 차례
청산에 가서 숨으면 무슨 기쁨이 있을까
광주리 가득히 황제의 글을 담아 간다.
六載皇都唱祖機 兩曾金殿奉天威
靑山隱去欣何得 滿篋唯將御頌歸
*용뇌수(龍腦樹):동인도에서 사는 나무.용뇌수 줄기에서 나오는 무색투명한 결정
체로 향이나 그릇 등의 물건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