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2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52

52


            리자 영종(英宗)황제는 글[箚子]을 내렸다.


                 “대각선사 회련(懷璉)은 선왕의 사랑을 받아 여러 차례 글을
               하사받은 적이 있었다.지금까지 여러 차례 글을 올려 산사로 돌

               아가겠다고 청한 바 있으니 이제 그가 바라던 대로 마음 편히
               쉬도록 해주고자 한다.지나가는 도중에 아담하고 쓸 만한 암자
               가 있으면 그의 마음에 따라 어느 곳이든지 주지가 되도록 하고,
               시방(十方)의 총림에서 핍박하거나 억지로 청하지 못하도록 하
               라.”


               대각선사는 이 글을 간직하고 동쪽으로 돌아갔으나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림학사 소식(蘇軾)이 항주 자사로 있을 때 스님에게 서신으

            로 물었다.


                 “신규각(宸奎閣)비문을 지어 달라는 말씀을 듣고 지어 놓긴
               했습니다만 몸은 늙고 학문이 없는 사람이라 이 글을 과연 비석
               에 새겨도 좋을지 모르겠습니다.떠도는 말에,스님이 서울에서
               돌아오던 날 영종황제께서 손수 쓰신 조서(詔書)를 하사하면서,

               스님 마음에 드는 곳이면 어디든지 주지를 하라고 하셨다는데
               과연 그러한 사실이 있었습니까?있었다면 그 전문을 베껴 보내
               주십시오.비문에 이 한 구절을 써 넣고자 합니다.”


               대각선사는 끝내 이 사실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았으나 입적한

            후 그의 대광주리 속에서 이 글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렇게 명예로운 일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권력과 총애만을 믿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