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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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53
는 이들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들 만하다.인종(仁宗)황제가 일을
하는 여가에 대각스님과 게송을 주고받으면서 종지를 밝힌 일은
정사에도 도움이 되었다.그러므로 신규각(宸奎閣)비문에서 “부처
의 심법을 얻은 사람은 고금에 한 사람뿐이다”라고 하였으니 이
는 참으로 실다운 말이다.
12.부필(富弼)의 편지
부정공(富鄭公:弼)이 호주(毫州)를 다스릴 때 화엄 옹(華嚴顒)
선사를 맞이하여 그의 관할구역에 묵도록 하고 심법을 물어 깨달
음을 얻은 후에 작별하였다.그 후 옹선사의 편지에 답서를 보냈
다.
“스님께서 말씀하시기를,이렇게 불법을 물을 수 있는 것은 필
시 전생의 인연이지 금생에 그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하셨으니 참
으로 그렇습니다.그러나 제가 스님을 만난 것은 시작도 없는 때
로부터 잊었던 일을 하루아침에 알게 된 것입니다.그리고 뒤에
는 반드시 생사의 고해에서 벗어날 것이니 이는 예사로운 만남
이 아니며,아무리 해도 말로는 모두 표현할 수 없습니다.스님
께서야 나 같은 사람을 수없이 얻는다 하더라도 당신의 일에 무
슨 도움이 되겠습니까.그저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지
나지 않을 뿐입니다.화엄법회에서 늙고 병든 속인 하나가 나왔
다 한들 스님에게야 무슨 보탬이 되겠습니까.소위 많은 것 중에
서 쓸모 없는 것을 가려낸다 함이 실로 그러합니다.저도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