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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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55


                 천지조화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려워
                 무궁한 몇 겁 년 말로 따질 수 없는 것
                 지금은 외로운 봉우리 위에 가로누워
                 대천세계에 가득 찬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는다.
                 造化功成難可測 不論劫數莫窮年

                 如今橫在孤峯上 解聽希聲徧大千


               함께 있던 이들은 스님의 게송에 깜짝 놀랐다.얼마 후 지양(池
            陽)경덕사(景德寺)의 회(懷:天衣義懷)선사를 찾아뵙고 종지를 깨
            달았으나 대중과 함께 살았으므로 아무도 아는 이가 없었다.어느

            날 회선사가 대중에게 물음을 던졌다.
               “기나긴 밤 같은 지옥의 신음소리를 듣는 사람은 모두가 마음

            아파하는데,어째서 제바달다(提波達多)는 지옥에 있으면서 삼선천
            (三禪天)의 즐거움을 얻는가?”
               뜻을 알고 대답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자 회선사가 말하였다.

               “이 일은 본스님이 한마디 해야만 될 것이다.”
               그리고는 속히 불러오도록 하여 그대로 물으니 본스님은 “업

            (業)이 그 가운데 있습니다”라고 하였다.이때부터 모든 대중이 그
            를 다시 보게 되었다.그 후 조칙을 받고 혜림사(慧林寺)의 주지가
            되었으며,신종(神宗)황제와 도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여 명성이 천

            하에 가득하였다.“들을 수 없는 소리가 대천세계에 가득 찼다”는
            게송이 어찌 함부로 내던진 말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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