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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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스님들께서 처음에 은사스님을 시봉할 적에 으레 20․30년,
               적게는 십여 년 동안 날마다 도를 듣고 법문을 들은 뒤에야 비
               로소 철두철미하게 깨달았다는 사실을 새겨 봅니다.생각건대 저
               는 두 차례 스님의 돌보심을 받았고,그때마다 두 달 동안 법문
               을 들었습니다.또한 남보다 총명하여 얼마의 공부를 이루었다고

               는 하나,만일 스님의 좋은 방편과 힘든 꾸지람이 없었더라면 어
               떻게 그 가장자리라도 엿볼 수 있었겠습니까?내 몸이 부서져 뼈
               가 가루가 된다 해도 보답할 수 없습니다.언제 다시 뵙게 될지
               모르겠고 밤낮으로 잊지 못하는 마음뿐입니다.”


               아!옛날 부처님께서 “부귀를 누리면서 도를 배우기는 특히 어

            렵다”고 하셨다.더구나 신하로서 가장 높은 지위에 이르렀고 공
            명을 한몸에 지닌 그가 도를 이루었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
            다.그의 서신에서 옹선사를 높이 받들면서 스스로 예사로운 만남

            이 아니라고 한 말이 어찌 남을 속이는 말이겠는가.




               13.돌 북에 붙인 게송/원조 종본(圓照宗本)선사


               원조 본(圓照宗本:운문종)선사는 타고난 성품이 진실하여 겉치

            레를 하지 않았다.처음 몇몇 도반과 함께 운거사(雲居寺)를 지나
            는 길에,돌 북[石鼓]을 보고 모두가 게송을 짓게 되었다.그 중

            한 스님이 본스님이 평소 글 짓고 글씨 쓰는 것을 일삼지 않았던
            점을 들먹이며 장난 삼아 굳이 강요하자,본스님이 즉석에서 송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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