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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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63


            ‘소수’라 하였다.두 사람은 짝이 되어 제방 스님들을 찾아다니게
            되었는데 맨 먼저 부산사(浮山寺)의 원감 원(圓鑑法遠)선사를 찾아

            갔다.원선사는 그들을 붙잡아 두고자 자기가 지은 게송과  선문
            구대집(禪門九帶集) 을 펴 보이며 “지혜가 날카로운 상근기가 아
            니라면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하였다.대수스

            님은 마음속으로 그의 뜻을 짐작하고 게송을 지어 답하였다.


                 누가 하루에 머리를 두 번 빗질할 수 있나
                 상투만 단단히 묶어지면 그만두어야 할 것을
                 그래도 그의 풍채가 좋아서

                 화장하지 않아도 멋들어진다.
                 孰能一日兩梳頭 繓得髻根牢便休
                 大底還他肌骨好 不搽紅粉也風流


               당시 황벽사 적취암(積翠庵)에 남(慧南)선사가 계셨는데,소수스
            님은 스님이 삼관어(三關語)에 대해 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라 찾

            아가려 하였다.그러나 대수스님은 “나는 의심하지 않네”라고 하
            여 소수스님 혼자서 남선사를 찾아갔다.그가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자 대수스님은 남몰래 한 스님을 보내 남선사가 하는 일을 엿
            보게 하였다.그 스님은 한 달 동안 적취암에 머무르면서 남선사
            가 혼자 조용히 앉아 정진하는 것을 보고 돌아와 대수스님에게

            말하였다.
               “그 늙은이는 다른 장기는 없고 그저 도 닦는 스님일 뿐입니

            다.”
               이 일로 말미암아 대수스님은,그 못난 놈이 중도에 뜻을 지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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