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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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처음 장산(蔣山)원오(圜悟)선사를 찾아뵈었을 때였다.한 스
님이 사심(死心)선사의 소참법문 읽는 소리를 듣던 중,‘미혹하다
면 깨달음을 얻어야 하고,깨달음을 얻으면 깨달음 속에 미혹과
미혹 속에 깨달음을 알아야 하며,미혹과 깨달음을 다 잊어버리고
서 미혹과 깨달음이 없는 그곳에서 모든 법을 세워야 한다’는 구
절에 스님은 의심을 품은 나머지 법당으로 달려가 문을 열어 젖
히다가 크게 깨쳤다.그리고서도 계속 원오선사를 모셨는데,그의
기변(機辨)이 뛰어났다.원오선사는 촉(蜀)지방 말을 쓰는 스님이
었으므로 원선사는 스스로를 ‘오두(聱頭)원시자(元侍者:말을 알아
듣지 못하는 사람)’라 하였다.그리고는 마침내 원오스님 초상화에
스스로 글을 지어 바쳤다.
일생 동안 얘기한 건 오로지 오두선
오두를 두들겨 보니 철벽같은데
그물을 벗어 던지고 발밑을 잘라 버리니
대지는 먹칠처럼 검기만 하다
늙어서는 더더욱 도(刀)자 조(刁)자를 가리지 않고
금강 방망이를 휘둘러 격식을 부셨구나
뒷날 원오스님의 진면목을 알고 싶거든
그대를 위해 한번 꺼내 보리라.
生平只說聱頭禪 撞著聱頭如鐵壁
脫却羅籠截脚跟 大地撮來墨漆黑
晩年轉復沒刁刀 奮金剛椎碎窠窟
他時要識圜悟面 一爲渠儂倂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