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P. 70

70


            무엇인가?”
               복수좌는 종종걸음으로 달려나가 백운스님의 손을 덥석 잡고

            한 차례 잡아당겼다.그러자 백운스님이 다시 물었다.
               “영운(靈雲)스님이 복숭아꽃을 보고 도를 깨달은 일은 어떤가?”
               복수좌가 곧장 백운스님을 걷어차며 “이런 놈이라 생각했었

            지……”라고 하니 백운스님은 일어서며 웃을 뿐이었다.
               그 뒤로 총림에서 그를 존경하여 오조 법연(五祖法演)선사까지
            도 그를 아버지의 친구 대하듯 하였다.또한 불안(佛眼)선사에게

            그의 말을 몸소 듣도록 하여,불안선사가 “불법의 큰 뜻이 무엇이
            냐”고 묻자,복수좌는 “안인현(安仁縣)에서 짚신이 나온다”고 답하
            였다.

               복수좌는 그 후 고향으로 돌아가 80여 세에 입적하였다.백운
            선사와의 기연을 살펴보면 그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지만,그는

            시종 절개를 지켰으니 과연 불교계에 아름다움을 더해 준 일이라
            할 수 있다.어찌 높은 자리에 앉는 것만이 영예로운 일이라 하겠
            는가.




               20.종이 옷을 만들어 입고 다닌 스님/곡천(谷泉)선사



               남악의 파초암(芭蕉菴)주인인 천(泉:谷泉)선사는 천남(泉南)에

            서 태어나 숭복원(崇福院)에서 삭발하였다.산을 나와 분양 소(汾
            陽善昭:임제종)선사를 찾아가 인가를 받고 형산(衡山)에 은거하면
            서 미치광이처럼 때묻은 얼굴로 지내니 세상에서는 아무도 헤아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