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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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71
리지 못했다.종이로 웃옷을 만들어 입고 가는 곳마다 구경꾼이
모여들면 스스로 노래를 불렀다.
미친 중의 꿰맨 곳 없는 종이 적삼은
고운 바늘의 세세한 정성을 원하지 않고
입고서는 한 철 넘기자는 것일 뿐
누에치는 고생에 애쓰는 신도 차마 볼 수 없구나
설령 비단옷 백천 벌이라도
필요한 건 무서운 추위를 막아내는 일
중도 와서 구경하고 속인도 와서 구경하소
구름 노을 검게 피더니 산수가 드러나네
산봉우리 서린 연기로 푸른 비단 폭을 삼고
바다의 흰 파도로 은실을 삼았네
사람들은 저게 무어냐 하는데
어린지(漁鱗紙=漁牋)가지고서 고상한 옷 기워 낸다.
여러 조각 흰 바탕을 섞어서 만들었으나
밭구렁같이 반듯한 구분을 흉내낼 것 없고,묘한 솜씨 빌릴 것
도 없다
금란가사와 자색가사 뽐내는 일일랑
미친 이 중은 마음이 없소
가섭존자 멀리서 바라보고는
흰 비단 갖고 와서 바꾸자 하겠지만
그에게 말해 주리다,나는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狂僧一條紙帔 不使毳鍼求細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