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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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73
21.도솔 종열스님의 제문/장 무진(張無盡)거사
무진거사(無盡居士)장천각(張天覺)은 일찍이 선(禪)공부를 했다
고 자부하는 사람이었으나 그래도 큰스님을 찾아 의심을 풀고자
하였다.급사(給事)주세영(朱世英)과 이야기하다가 강서(江西)도
솔사(兜率寺)종열(從悅:임제종 황룡파)선사의 공부가 고매하고 총
민하여 남달리 뛰어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원우 6년(元祐:
1091)무진거사가 강서의 조운사(漕運使)가 되어 분령(分寧)지방까
지 다스리게 되었다.그때 다섯 스님들을 객사로 모셔 인사를 나
누던 차에 도솔선사에게 오래 전부터 스님의 총민하신 명성을 들
어 왔다고 하니 종열선사는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대답하였다.
“나는 임제의 자손입니다.총민함을 가지고 문장을 논한다면
그것은 그대가 선을 말로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무진거사는 그 말을 훌륭히 여기면서도 마음은 언짢았다.이에
게송을 지어 다섯 선사에게 설법하도록 명하였다.
다섯 분의 기연이 한곳에 모였지만
신비한 기봉은 저마다 소매 속에 감추었네
내일 아침 노익장이 단에 오르기만 하면
창을 비껴 들고 한판 결전을 청하리라.
五老機緣共一方 神鋒各向袖中藏
明朝老將登壇看 便請橫矛戰一場
종열스님은 맨 끝자리에 있었으므로 그의 법문은 앞 분들의 말
을 하나로 꿰는 요지였다.거사는 마음속으로 기뻐하여 마침내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