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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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선(禪)을 노래한 글 중에 뜻이나 문장이 이보다 완
전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때로는 바르지 못한 곡조에 글을 부
쳐 선종을 손상시켰다고 비방하는 자도 있으나,기쁜 마음으로 노
래하는 인연으로 도를 깨우친다면 그것도 좋은 방편일 것이며 기
연에 따라 교화하는 한 가지 길이 될 것이다.
24.너와 나,모두를 잊은 경계/광도자(廣道者)
서촉의 광도자(廣道者)는 균양(筠陽)구봉사(九峰寺)의 주지를
지냈다.그는 운암 진정(雲菴眞淨)선사의 법제자로,타고난 성품이
순수하고 세사를 초월한 분이다.조주선사가 노파를 간파한 화두
에 대하여 송을 지었다.
길을 가르쳐 주는 노파는 오대산에서
찾아오는 선승마다 바보로 우롱했네
해뜨는 동쪽나라 한방에 쳐부수니
중천에 빛나는 태양 온 누리를 비치누나.
指路婆婆在五臺 禪人到此盡癡獃
一擧打破扶桑國 杲日當空照九垓
어느 날 의술에 능한 계(戒)상좌가 탁발하고 돌아와 광선사에
게 설법을 하라 하고,자기는 나가서 질문을 하였다.
“무엇이 구봉사의 경계요?”
“ 도도한 두 줄기 계곡 물에선 물이 쏟아지는 높고 높은 첩첩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