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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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법의 알을 품어 준 은혜/표자(表自)선사
서촉(西蜀)표자(表自:임제종 양기파)선사가 오조사(五祖寺)의
법연(法演)스님을 찾아뵈니 당시 원오스님이 오조선사와 함께 주
지하며 납자들을 지도하고 있었다.오조스님은 원오스님에게 표자
선사를 직접 가르치라 하니 원오스님이 표자스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오랫동안 스승의 법석에 함께 있었으니 물이 깊은지
얕은지를 더 이상 염탐할 필요가 있겠는가?미진한 점이 있다면
그것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좋겠다.”
표자스님이 마침내 덕산선사의 소참화두*를 들어 말하자,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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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큰소리로 껄껄대며 웃었다.
“내,그대의 스승이 되기에는 퍽이나 부족할 줄 알았는데,그대
의 말을 듣고 보니 되고도 남겠다.”
원오스님은 다시 그 화두를 거론케 하며 ‘오늘밤에는 답하지
않겠다’하는 대목에서 손으로 표자스님의 입을 급히 막으며,“그
만!그렇게 참구하여 뚫어 버리면 곧 덕산스님을 뵙게 될 것이다”
라고 하였다.표자선사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밖으로 달려나가 방
석을 집어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날더러 오직 한 구절만
참구하라니!”
*덕산스님이 하룻밤에는 소참법문을 하였다.“오늘밤에는 질문에 답하지 않겠다.
누구든 질문하는 자가 있으면 몽둥이 30대를 때리겠다.”한 스님이 나와서 절을
하자 스님이 때렸다.그 스님이 말하였다.“제가 말로 묻지 않았는데 어째서 때리
십니까?”“그대는 어디 사람인가?”“신라 사람입니다.”“뱃전을 밟기 전에 30대를
때렸어야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