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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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85
이에 여러 도반들이 표자스님을 격려하며 원오스님의 가르침을
따르도록 하였는데 얼마 후 느낀 바 있었다.
원오스님은 총원(總院)의 감독으로 옮겨가게 되자 표자스님을
좌원(座元)으로 천거하면서 남모르게 오조스님에게 말하였다.
“그는 아직 한 토막을 얻었을 뿐 큰 법은 밝히지 못했으나,더
단련시키면 반드시 큰그릇이 될 것입니다.”
얼마 후 표자스님은 오조선사의 선언에 따라 입승(立僧)을 맡
았다.사실 그것은 그의 먼 장래를 격려하기 위함이었는데 표자스
님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큰 기대를 하였다.그러던 어느 날 오
조선사가 법당에 올라 표자스님을 보면서,“망상 피우지 말라!”
하고는 곧바로 법좌에서 내려왔다.표자스님은 몹시 불쾌한 마음
으로 그곳을 떠나 낭야산 계(啓)선사의 절을 찾아갔다.오래 뒤에
원오선사가 찾아가 달래니,한마디에 크게 깨치고는 함께 오조스
님에게 돌아오자 바로 입승(立僧)으로 임명하였다.
그 후 원오스님은 촉으로 돌아가 소각사(昭覺寺)주지가 되어
세상에 나왔고,오조스님이 입적하자 군수는 표자스님에게 오조스
님의 법좌를 잇게 하였다.그리하여 향을 사르고 개당설법을 하였
는데,내용은 대강 다음과 같다.
“이러한 때에 지금의 성도(成都)소각사에 계시는 근(克勤)선사
가 날 떠난다면,만약 그 도의 진수를 얻고자 한다면 무슨 이유
로 그를 따르지 않겠느냐?들어보지 못했는가?고기는 물 때문에
존재할 수 있고 자식은 어머니 때문에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