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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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89


               29.좋은 스승,좋은 도반/오본(悟本)선사



               요주(饒州)천복사(薦福寺)의 본(悟本)선사는 강서 운문사(雲門
            寺)에서부터 묘희(妙喜)선사를 시봉하여 천남(泉南)소계사(小谿寺)
            에 이르렀다.거기에는 그 당시 빼어난 스님들이 모두 모였으며

            인가를 받은 사람도 많았다.그래서 본선사는 묘희선사가 자기를
            버릴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려고 하자 묘희스님이 그

            사실을 알고 말하였다.
               “그대는 참선에만 전념하라.만일 터득한 바가 있다면 말하지
            않아도 내가 먼저 알 것이다.”

               얼마 후 본선사가 깨달아 입실을 하자 묘희선사는 일부러 “본
            시자는 그렇게 오랫동안 참선을 하고서도 하는 말마다 모르는 소
            리뿐이다”라고 하니,본선사가 스님에게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야,꼬맹아!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나는 곽산(霍山)
            의 산신각에서 세 차례나 이[齒]갈이를 했다.오냐,내가 가르쳐
            주마.”

               이를 계기로 더욱 분발하여 조주선사의 ‘개에게 불성이 없다’
            는 화두에서 무(無)자를 가지고 정진하였다.어느 날 밤 삼경 무렵

            에 법당 기둥에 몸을 기대고 깜박 잠들었다가 자기도 모르게 입
            에서 없을 무(無)자가 튀어나오면서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사흘
            뒤 묘희선사가 마을에서 돌아오자 본선사가 방장실로 달려갔는데

            문지방을 넘어서면서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묘희선사가 “이 털보가
            이번에야 비로소 철저히 깨달았구나!”하였다.

               이어 경산사(徑山寺)에서 대중의 수좌가 되었다가 그만둔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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