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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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로 본다면 원오선사는 표자선사에게 있어서 알을 품어 준 은
            혜가 있었다.표자선사는 속에 있는 분함을 씻고자 모든 대중 앞

            에서 자기의 불만을 토로했으니,이는 황벽선사가 백장선사에게
            응수한 일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아!표자선사에게 법제자가
            없었던 데에는 참으로 그만한 까닭이 있다 하겠다.




               27.겸손과 지조를 갖춘 스님/세기(世奇)수좌



               성도부(成都府)의 세기(世奇:임제종 양기파)수좌가 처음 서주(舒
            州)용문사(龍門寺)에 있을 때였다.한번은 좌선을 하면서 졸고 있

            다가 개구리 떼 우는 소리를 듣고서 정발판(淨髮版:머리 감으라고
            알리는 판)소리로 착각하고는 막 달려가는데 누군가가,이는 개구
            리 소리지 정발판 소리가 아니라고 알려주었다.이에 세기수좌는

            번뜩하는 것이 있어 방장실을 찾아가 자세히 말씀드렸다.그러자
            불안(佛眼)선사가 “라후라(羅睺羅)의 고사도 듣지 못하였느냐”하

            는데,기수좌가 갑자기 말을 막으며 “스님께서 굳이 말씀하실 것
            없습니다.제가 돌아가서 스스로 생각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하였다.얼마 후 깨달은 바 있어 게송을 지었다.



                 잠결에는 목판소리 듣고
                 깨고 보니 개구리 울음소리라
                 청개구리 울음과 목판소리가
                 묏부리에 함께 울리네.

                 夢中聞版響 覺後蝦嘛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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