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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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능엄경 구절에서 깨치다/인천(仁遷)선사



               담주(潭州)동명사(東明寺)천(仁遷)선사는 진여 철(眞如慕喆)선
            사의 법제자로 천성이 담박하고 높은 지견을 지닌 분이다.노년에
            위산(潙山)진여암(眞如庵)에 은거하니,도에 뜻을 둔 많은 사람들

            이 그곳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았다.하루는 시자스님이 능엄경을
            보다가 ‘내가 손가락을 누르면 해인(海印)이 빛을 내지만’하는 대

            목에서 그곳을 가리키며 말하였다.
               “여기서 부처님의 뜻은 무엇입니까?”
               “ 석가모니불이 몽둥이 서른 대쯤 맞아야겠구나.”

               “ 무엇 때문입니까?”
               “ 손가락은 눌러서 무엇 하려고…….”
               “‘ 너희들은 잠깐만 마음을 움직여도 티끌번뇌가 먼저 일어나느

            니라’하셨는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 그것도 해인이 빛을 내는 것이다.”
               그 스님은 그 자리에서 기뻐하며,“하고많은 세월을 허송하다

            가 오늘에야 비로소 누릴 줄 알게 되었다”고 하였다.
               충도자(忠道者)가 그곳의 주지로 있을 때만 해도 천선사는 아

            무 탈없이 서로 기쁘게 지냈으나 얼마 되지 않은 오늘날 총림에
            서 그의 이름을 거의 들을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그의 말이 이
            와 같은 것을 보면 그의 고상한 풍모를 상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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