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0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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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인 건양암(建陽庵)의 겸(謙)선사를 찾아갔다.겸선사는 때마침
보령(保寧)선사가 오통선인(五通仙人)*의 인연에 붙인 게송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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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다.
무량겁 긴 세월에 깨닫지 못했는데
어떻게 움직이지도 않고 그 가운데 이르렀는고
불법이 대단할 것 없다고 말하지 마라
가장 괴로운 것은 석가의 그 하나일세.
無量劫來曾未悟 如何不動到其中
莫言佛法無多子 最苦霍曇那一通
다시 겸선사가 말하였다.
“나는 ‘어떻게 움직이지도 않고 그 가운데 이르렀는고’라는 구
절을 좋아한다.움직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곳에 이를 수 있을
까?보라!그 게송은 옛사람이 깨친 바를 무심히 끄집어내 사람의
가려운 곳을 긁어 준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무엇 때문에 ‘가장 괴로운 것은 석가의 그 하나다’라고 하였
는가?”
“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는 곽산의 산신각에서 세 차례나 이
갈이를 하였다.”
이에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크게 웃었다.그들 벗 사이에
공부를 갈고 닦으며 주고받은 도움은 마치 문서에 도장 찍듯 착
*오통선인(五通仙人):부처님의 6신통 중 누진통(漏盡通)을 제외한 5신통을 갖춘
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