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2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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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에 초당 청(草堂善淸)선사를 찾아뵙고 인가를 얻어 세
상에 나왔는데,세 차례 자리를 옮겨가며 백장사에 이르러서야 그
의 도는 세상에 크게 드러났다.
소흥(紹興)기사(1149)년에 어느 율사(律師)가 제멋대로 황룡사
를 주관하여 선승들이 제각기 흩어졌다.담당자가 전당(錢塘)으로
달려가 승선 왕계선(承宣 王繼先)에게 서신을 받아다가 홍주(洪州)
자사 장여영(張如瑩)에게 전하니,장여영이 대중의 여망에 따라 진
(震)선사가 황룡사를 맡아 주도록 강경하게 명하였다.얼마 후 그
담당자가 왕계선에게 감사의 서신을 보내자고 하니 진선사는 이
를 거절하였다.
“만일 왕씨가 불법을 위하여 그랬다면 무엇 때문에 감사할 필
요가 있겠는가?더구나 나는 그와 평소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이다.”
그는 몸둘 바를 몰라하며 물러갔다.권력가와 결탁하여 그들을
울타리 삼고 의지하는 저 사람들이 스님의 말을 듣는다면 식은땀
을 흘릴 것이다.소흥 연간 이후 큰스님 중에 언행이 일치되고 서
리처럼 준엄하신 분으로는 진선사말고 다시 누가 있겠는가.
31.세 번 도전해서 세 번 낙방하다/상방 악(上方岳)선사
호주(湖州)상방 악(上方岳)선사가 젊었을 때였다.설두 현(雪竇
重顯)선사와 도반이 되어 회산(淮山)지방을 돌아다니다가 오조 계
(五祖師戒:운문종)선사가 남의 경지 시험하기를 좋아한다는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