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24 - 나호야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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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호야록 上 93
듣게 되었다.설두선사는 앞장서기를 싫어하여 결국 악선사가 먼
저 가서 방장실로 들이닥치니 계선사가 말하였다.
“스님은 이름이 무언가?”
“ 제악(齊岳)입니다.”
“ 제악이 태산(泰山)만이야 하겠느냐?”
악선사가 대답하지 못하자 계선사는 그를 쫓아내 버렸다.악선
사는 이에 불복하고 그 이튿날 또다시 찾아가니 계선사가 말하였
다.
“무슨 일인가?”
악선사가 머리를 돌리면서 손으로 동그란 원을 그려 보이니 계
선사가 다시 말하였다.
“그게 무엇인고?”
“ 늙은이야,호떡도 모르느냐?”
“ 부엌의 화롯불이 꺼지기 전에 한 개 얹어놓아라!”
다시 악선사가 무어라 하려는데 계선사는 주장자를 들어 그를
문 밖으로 쫓아 버렸다.며칠이 지난 후 악선사가 또다시 찾아가
좌복을 집어들고 말하였다.
“이것을 펴면 모래알만큼의 대천세계가 벌어지고 펴지 않으면
터럭 끝도 찾아볼 수 없다.이것을 펴야 옳겠는가,펴지 말아야
옳겠는가?”
계선사가 갑자기 승상에서 내려와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이
미 낯익은 사인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는가?”하였다.악선사
가 이번에도 말을 못 하자 계선사는 또다시 그를 쫓아 버렸다.
이로 본다면 오조선사는 참으로 일대의 용문(龍門)이라 하겠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