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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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105
莊)에게 말을 들었으므로 그를 만나자 곧 이렇게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문장에 능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종열선사는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조운사는 한쪽 눈[一隻眼]을 잃었소.나는 임제(臨濟)의 9대손
인데 조운사와 마주앉아 문장을 논한다는 것은 마치 조운사가 나
와 마주앉아 선을 이야기하는 것과 똑같은 일입니다.”
그러나 장무진이 그의 말을 수긍하지 않고 어거지로 손가락을
꼽으며,이렇게 해서 9대가 되는 거냐고 하면서 또다시 물었다.
“옥계사는 여기에서 얼마나 됩니까?”
“ 30리.”
“ 도솔사는요?”
종열선사는 소리를 지르면서 5리 된다고 하였다.
무진은 이 날 밤에 도솔사에 갔다.그 전날 밤 종열선사는 하
늘로 솟아오르는 해를 손에 움켜잡는 꿈을 꾸었는데 이 이야기를
수좌에게 전하면서 말하였다.
“태양[日輪]이란 움직이며 돈다는 뜻이다.듣자 하니 장(張)조운
사가 머지않아 이곳을 지나간다 하니 내가 그를 만나 큰 송곳으
로 찔러 줄 것이다.만일 그가 수긍하여 머리를 돌린다[回顧]면 우
리 불문에 다행한 일이 될 것이다.”
수좌가 말하였다.
“요즘의 벼슬아치들이란 떠받들어 주는 데에 익숙한 사람들인
데 혹시 잘못되어 엉뚱한 일이 생겨날까 두렵습니다.”
“ 골칫거리를 우리 절에서 물리치기만 하면 되니,별 일은 생기
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