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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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거사가 종열선사와 이야기하던 차에 동림사 상총선사를 칭
찬하였으나 종열선사가 그를 수긍하지 않자 절 뒤의 의폭헌(擬瀑
軒)에 시를 써 붙였는데 내용은 대략 이렇다.
여산에서 낙처(落處)를 찾지 않고
코끼리왕의 코가 하늘까지 닿았네.
不向廬山尋落處 象王鼻孔漫遼天
이 시의 뜻은 동림선사를 인정하지 않음을 비난한 것이다.무
진이 슬슬 종문의 일에 대하여 말을 꺼내기 시작하자 종열선사가
말하였다.
“오늘 조운사를 모시고 인사하였습니다.피곤하실 터이니 편히
주무십시오.”
밤이 깊어지자 종열선사는 다시 일어나 무진거사를 찾아와 종
문의 일을 논하였다.향을 사르고 시방제불을 청하여 증명해 주십
사 하고는 말하였다.
“동림스님이 이미 조운사를 인가했다고 하는데 조운사께서는
불조의 가르침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나는 곳이 있습니까?”
“ 있소.”
“ 무슨 말에 의심이 납니까?”
“ 향엄(香嚴:?~898)의 독각송(獨脚頌)*과 덕산(德山)의 탁발(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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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엄(香嚴智閑)스님이 대중법문을 하였다.“어떤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서 입으로
만 가지를 문 채 손으로 가지를 잡지도 않고 발로 가지를 밟지도 않았다.이때
밑에서 누군가 조사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어냐고 물었다.대꾸하지 않으면 묻
는 이의 뜻에 어긋나고 대꾸하면 자기 목숨을 잃는다.이럴 때 어찌해야 좋겠느
냐?”이때 호두(虎頭)상좌라는 이가 있다가 나서서 물었다.“나무에 오른 뒤는 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