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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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어제는 옳았지만 오늘은 틀렸다/지각(智覺)스님



               화주(和州)의 개성(開聖)각(覺)노스님은 처음 장로사(長蘆寺)
            부철각(夫鐵脚:운문종)선사에게 공부하였으나 오래도록 깨친 바가
            없었다.그래서 동산 오조(五祖法演)선사의 법을 듣고 그 회하로

            바삐 달려갔는데 하루는 방장실에서 그에게 물었다.
               “석가 미륵도 오히려 그 사람의 노예라 하는데,말해 보아라.

            그가 누구냐?”
               “ 호장삼 흑이사(胡張三黑李四:아무개,모든 사람)입니다.”
               오조스님은 그 말을 수긍하였다.당시 원오(圜悟)선사가 그곳

            수좌로 있었는데 오조스님이 이 말을 일러주자 이렇게 말하였다.
               “좋기는 좋지만 실상을 잃어버릴까 두렵습니다.그냥 놓쳐 버
            려서는 안 되니 다시 그 말에서 찾아보도록 하시오.”

               이튿날 각스님이 입실하자 어제와 같은 질문을 하니 “어제 스
            님께 모두 말씀드렸습니다”하였다.
               “무엇이라 하였소?”

               “ 호장삼 흑이사라고 하였습니다.”
               “ 아니지,아니야.”

               “ 스님께서는 어찌하여 어제는 옳다 하였습니까?”
               “ 어제는 옳았지만 오늘은 틀렸네.”
               각스님은 이 말끝에 크게 깨쳤다.후일 각스님은 세상에 나아

            가 개성사의 주지가 되었는데 장로사(長蘆寺)부(夫)선사의 법석이
            크게 성황인 것을 보고서 마침내 부선사의 법을 잇고 깨달은 경

            위는 돌아보지 않았다.부선사에게 향을 올릴 때 갑자기 가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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