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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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25
지자 곁에 있던 스님이 겨드랑이를 부축하여 일으켜 세웠다.그
후로 혼수상태에 빠져 인사불성이 되었으며,평소 그가 저술한 글
마저도 알아보지 못하였다.
도솔 조(兜率惠照:임제종 황룡파)선사가 처음 행각하다가 악록
사를 지나가는 길에 그곳 노스님이 순스님에 관해 해준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말하였다.
“이생에서 참선하여 마음자리를 밝히지 못한다면 나도 순스님
과 같이 될 것이다.우연히 발 한 번 잘못 디뎠다가도 저와 같이
되었는데 더구나 죽은 뒤에는 어떻게 되겠는가!”
7.절을 하든 말든/법화 지언(法華志言)선사
여대신(呂大申)이 집정할 때 휴목일(休沐日)을 맞아 미리 글을
보내,법화 언(法華志言)스님에게 재를 청하였다.그 이튿날 생각
대로 법화스님이 관아에 도착하여 당상에 앉았는데 여대신이 뵈
려고 앞으로 나아가 절을 해야 할 것인가,말아야 할 것인가를 망
설이며 생각하고 있는 차에 지언스님이 큰소리로 불렀다.
“여노인!애쓰지 말고 빨리 나오시오.절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소.”
여대신이 절을 올려 존경을 표시하였다.재를 마치고 미래의
운세가 어떻느냐고 묻자,지언스님은 붓을 들어 큰 글씨로 ‘박주
(亳州)’라는 두 글자를 써 주면서 그 까닭에 대해서는 전혀 말이
없었다.후일 재상을 그만두고 ‘박주’자사(刺史)가 되어 해묵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