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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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십사 하고 다시 간청하였지만 여전히 용서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귀성스님이 거리에 나갔던 차에 법원스님이 여

            관 앞에 혼자 서 있는 것을 보고서,“이곳은 절의 사랑방이다.네
            가 여기에서 오래 머물렀는데 자릿세는 냈느냐?”하고 그가 갚지
            못한 돈을 계산하여 추징하도록 하였다.법원스님은 조금도 난색

            을 보이지 않고 저자에서 탁발하여 돈으로 바꾸어 갚았다.귀성스
            님이 또다시 어느 날 저자거리에 나갔다가 법원스님이 탁발하여
            돌아오는 모습을 보고는 대중에게 “법원은 참으로 참선에 뜻이

            있는 사람이다”하고서 마침내 그를 불러들였다.




               10.술 고기로 부모님 제사를 모시다/분양 무덕(汾陽無德)선사



               분양 무덕(汾陽無德:善昭)선사가 하루는 대중에게 말하였다.
               “간밤 꿈에 돌아가신 부모님이 나와서 술과 고기,그리고 종이

            돈[紙錢:망자천도 때 쓰는 가짜 종이돈]을 찾았다.그러니 속가의
            풍속대로 제사를 받들어야겠다.”
               그리고는 창고[庫堂]에서 이 일에 쓸 물건을 마련하여 위패를

            모시고 세속에서처럼 술잔과 고기를 올리고 종이돈을 불살랐다.
            제사를 마친 뒤 지사(知事:절의 사무를 책임 맡는 지위)와 두수(頭

            首:선원 대중의 지휘를 맡는 지위)를 모이게 하고 소반에 남아 있
            는 음식을 나누어주니 지사들은 이를 마다하였고 무덕스님 혼자
            서 가운데 앉아 태연하게 술을 마시고 음식을 먹었다.대중들은

            술과 고기 먹는 중을 어떻게 스승으로 삼을 수 있겠느냐며 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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