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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27
지만 법원스님과 의회스님만은 좌복을 정돈해 놓고 옷을 단정히
하고 다시 객사채에 앉아 있으려니 귀성스님이 또 찾아와 꾸짖었
다.
“끝까지 떠나지 않는다면,나는 너희를 때리겠다.”
법원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다가서며 말하였다.
“저희 두 사람은 스님의 선을 배우려고 수천 리 길을 특별히
찾아왔는데 어찌 물 한 바가지 끼얹었다고 떠나가겠습니까?설령
때려죽인다 해도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귀성스님은 웃으면서 말하였다.
“너희 두 사람은 참선을 시킬 터이니 물러가서 방부를 들여라.”
이어서 법원스님에게 전좌(典座)소임을 맡아보게 하였다.
대중들이 그 메마른 생활을 힘들어하고 있던 차에 귀성스님이
우연히 장원(莊園)으로 나갔다.법원스님은 몰래 자물통 열쇠를 훔
쳐내어 기름과 국수를 가져다가 오미죽(五味粥)을 만들었는데 죽
이 익을 무렵 귀성스님이 갑자기 승당으로 돌아왔다.죽을 다 먹
은 후 승당 밖에 앉아 전좌를 불러오라 명하자 법원스님이 와서
먼저 말하였다.
“실은 기름과 국수를 꺼내다가 죽을 끓였으니,스님께서 벌을
내려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귀성스님은 그에게 훔쳐낸 물건의 값을 계산하라 하고 그의 의
발(衣鉢)을 값을 쳐서 환수한 다음,몽둥이 30대를 때린 후 절에서
쫓아내 버렸다.법원스님은 저자에 숙소를 마련하고 도반을 통하
여 용서를 빌었지만 귀성스님은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다시 돌아
와 살기를 허락하지 않는다면 대중을 따라 입실만이라도 허락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