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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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39


                 천리강산이 가로막혀 있다 해도
                 신령스런 그 모습 오묘한 그 음성이 눈앞에 선하외다.
                 一見顒師悟入深 因緣傳得老師心
                 江山千里雖云隔 目對靈光與妙音



               부정공은 승상을 그만두고 낙중(洛中)에 살면서 수옹스님의 가
            르침을 생각하여 초제사(招提寺)의 주지로 초청하였다.수옹스님이
            경내에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몸소 나아가 맞아들이려고 수레에

            오르는데 마침 사마온공(司馬溫公:司馬光)이 찾아와 물었다.
               “상공은 어디를 가는 길입니까?”
               “ 초제사 수옹스님을 마중 가는 길이오.”

               “ 나와 같이 갑시다.”
               이에 수레를 나란히 타고 교외로 나아가 우정(郵亭:간이역)에
            서 한참 동안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수십 명의 짐꾼이 지나

            가는 것을 보고 사마온공이 그들에게 물었다.
               “누구의 짐이냐?”

               “ 초제사에 새로 부임하는 스님의 짐입니다.”
               이 말에 사마온공은 말을 타고 돌아가려 하자 정공이 그에게
            물었다.

               “화엄스님을 만난다고 하더니 무슨 까닭에 먼저 돌아가시오?”
               “ 나는 이미 그 사람을 만나 보았소!”

               그는 끝내 먼저 돌아가고 말았다.묘희스님이 지난날 소경(少
            卿)이의중(李儀中)을 만난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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