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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63
34.평상무사를 잘못 이해한 스님/조각(照覺)선사
조각(照覺, 昭覺)선사가 늑담사(泐潭寺)에서 호계사(虎谿寺)로
자리를 옮겼는데,이는 관문 왕자순(觀文 王子淳)의 청에 응한 것
이다.개당 후 폐지되었던 온갖 것들을 다시 세우고,승당(陞堂)․
소참(小參)․입실(入室)등의 법회를 하느라고 하루도 한가한 날이
없었다.
그가 한번은 회당(晦堂祖心),진정(眞淨克文)등 동문 노스님들
에 대해 스승[先師:慧南]의 선(禪)만을 얻었을 뿐 도(道)는 얻지
못하였다고 평한 적이 있었는데,이에 대하여 스님(대혜)이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조각선사는 지견과 이해를 세우지 않는 평범 무사한 것을 도
(道)라 생각하여 더 이상 묘한 깨침[妙悟]을 구하지 않은 것 같
다.그는 덕산,임제,조동,운문 등 여러 불조들의 진실한 돈오
견성법문(頓悟見性法門)을 건립(建立:임시방편)이라 생각하고 능
엄경에서 ‘산하대지는 모두 밝고 묘한 참마음[妙明眞心]이 드러
난 것’이라는 구절을 헛된 말로서 역시 ‘건립’이라 하였다.그는
또 옛사람이 현묘한 이치를 논한 것을 선(禪)이라 생각하여 옛
성인을 속이고 후손의 귀를 어둡게 만들었으니,눈에 근육이 없
고 살갗에 피가 흐르지 않는 무리이다.그는 으레 전도되어 있으
면서도 태연스레 이를 깨닫지 못하니 참으로 가엾은 일이다.
원각경 에서는,“말세중생은 도를 이루려고 하면서도 깨달음
은 구하려 들지 않고 오로지 남에게 듣는 것만을 더하여 아견(我
見)만을 늘린다”하였다.또 말하기를,“말세의 중생이 비록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