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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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대대로 불법을 보호하다/여몽정(呂蒙正)
대승상 여몽정(呂蒙正)은 낙양(洛陽)사람이다.벼슬하기 전에는
생활이 막연하였는데 한 달 동안 끊임없이 눈이 내리자 부잣집을
두루 찾아다녔지만 그의 어려움을 보살펴 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때 지은 시는 대략 다음과 같다.
열 군데 붉은 대문 찾아가면 아홉 곳은 문마저 굳게 닫고
온몸 가득 눈바람 맞고 돌아오니
집에 들면 처자얼굴 보기 민망하여
밤새껏 차가운 화롯불을 하염없이 뒤적인다.
十謁朱門九不開 滿身風雪又歸來
入門懶覩妻兒面 撥盡寒爐一夜灰
그의 정황을 상상할 만하다.하루는 길에서 스님 한 분을 만났
는데 그의 어려운 형편을 가엾게 생각하여 절로 초대하였고,돌아
갈 때 음식,의복과 얼마의 돈을 주어 보냈다.그러나 겨우 한 달
이 지나자 또다시 어렵게 되어 다시 스님을 찾아가니 스님이 말
하였다.
“이는 대책이 못 되니 식구를 절 행랑으로 옮겨서 살게 하시
오.공양 때가 되면 대중이 먹는 대로 죽이건 밥이건 줄 터이니
이렇게 하면 긴 대책이 될 것이오.”
여공은 그의 말을 따랐다.의식이 곤란하지 않자 드디어 모진
마음으로 책을 읽고서 그 해 과거에 응시하여 향시(鄕試)에 급제
하니,스님이 말과 노비를 마련하고 행장을 갖춰 주어 도성의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