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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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보고서도 만나 보지 못한 부처님/웅수재(態秀才)
정화(政和:1111~1117)연간에 웅수재(態秀才)라는 사람이 있
었는데 그는 번양(鄱陽)출신이다.그가 홍주(洪州)서산(西山)을
돌아다니다가 취암사(翠巖寺)를 지나가게 되었다.장로(長老)사문
(思文)스님은 불인 원(佛印了元:雲居了元)선사의 법제자로서 역시
번양 사람이었으므로 그에게 두 노비를 보내 가마에 태우고 불전
[淨相]에 오게 하였다.지나오는 도중에 짙고 깊은 숲 골짜기에서
우연히 한 스님을 만났다.그는 옛사람의 모습에다 정신이 맑아
보였으며 긴 눈썹과 새하얀 머리에 나뭇잎을 엮어 옷을 만들어
입고 반석 위에 앉아 있었는데 마치 벽 위에 걸려 있는 불도징(佛
圖澄:梵僧)의 초상화와 같았다.
웅수재는 혼자서 생각했다.
“요즘은 저런 스님이 없다.양좌주(亮座主)가 서산에 숨었다고
하던데 아마 그가 아직껏 살아 있는 성싶다.”
그리고는 가마 밖으로 나와 앞으로 공손히 나아가 여쭈었다.
“혹시 양좌주가 아니십니까?”
그 스님이 손으로 동쪽을 가리키기에 웅수재와 두 노비는 그의
손을 따라 바라보다가 뒤돌아보니 스님은 간 데가 없다.그 당시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는데,그치자마자 웅수재가 몸소 반석 위로
올라가 그가 앉았던 자리를 살펴보니 그 자리는 말라 있었다.이
에 그곳에서 머뭇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큰 한숨을 내쉬었다.
“전생의 인연이 두텁지 못하여 보고서도 만나지 못하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