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0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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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노인의 고향에서 나오는 과실이니 함께 먹읍시다.”
               “ 스승[先師]께서 돌아가신 후 이 음식을 먹어 보지 못한 지 오

            래다.”
               “ 스승이 누구십니까?”
               “ 자명선사요.”

               종열수좌는 깜짝 놀라 의아해하였으며 남은 과일을 그에게 보
            내 조금씩 친하게 되었다.
               그 후 청소수좌가 그에게 물었다.

               “그대가 친견한 사람은 누구요?”
               “ 동산 문(洞山克文)스님입니다.”
               “ 극문스님은 누구를 친견하였소?”

               “ 남(慧南)스님입니다.”
               “‘ 납작머리 남스님[南匾頭]’이 스승을 뵈온 지 얼마 되지 않았

            는데 그 후손의 법도(法道)가 이렇게 성하구나!”
               종열수좌는 이 말에 더욱 그를 달리 생각하였다.하루는 향을
            가지고 찾아가서 예배를 올리려 하니 청소수좌는 그를 피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박복한 사람이라 스승께서 사람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내게 수기를 하셨다.”
               한 달 남짓 지나자 종열수좌의 성의를 가상히 여겨,평소 아는
            것을 말해 보라고 하였다.종열수좌가 자신이 깨친 바를 상세히

            말하자 청소수좌는 “부처 속으로는 들어갈 수 있지만 마귀 속으
            로는 들어갈 수 없구나”하고서 다시 말하였다.“마지막 한 구절
            이라야 비로소 굳게 닫힌 관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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