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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87
59.기봉만 가지고는 안목을 판가름하기 어렵다/대혜선사
스님이 말하였다.
“참선이란 기봉(機鋒)을 가졌다고 해서 그것으로 반드시 자신
이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예전에 운개 지(雲蓋守智)스님은 도안
이 밝은 분이었다.하루는 태수가 산사에 들어와 담공정(談空亭)에
쉬면서 스님에게 물었다.
‘무엇이 담공정입니까?’
‘ 이것이 담공정이요.’
태수는 이를 불쾌히 생각하여 드디어 똑같은 질문을 본 모고
(本慕顧:雲蓋智本)스님에게 하였다.그는 ‘정(亭)자만 가지고서도
설법할 수 있는데 무엇 하려고 입으로 공(空)을 이야기하겠느냐’고
대답하니 태수는 기뻐하여 마침내 그를 운개사의 주지로 옮겨 주
었다.
본선사는 수지선사에 비하면 훨씬 못하다.그러므로 진정한 사
실은 기봉만으로 취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보봉 원(寶峰
道元:昭覺)수좌 또한 도가 있는 스님이었지만 화두에 답하는 기
봉이 둔하여 각범(慧洪覺範)선사는 그를 원오두(元五斗)라 불렀다.
오두란 입김을 불어 쌀 다섯 말이 익혀질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한마디 대답한다는 뜻이다.”
스님이 말하였다.
“요즘 사람들은 전도된 것을 따를 줄만 알지 바른 이치는 따를
줄 모른다.이를테면 무엇이 부처냐고 물어 마음이 부처라고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