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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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문무고 上 93
그를 불신하는 대중이 많았다.하루는 어느 스님이 그를 구슬러서
그의 경지를 드러내도록 하기 위하여 그 원두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주지에게 한두 가지 화두를 질문하여 인연을 맺지
않소?”
“ 나는 나아가 묻지 않겠지만 만일 내가 나선다면 그 늙은이를
선상에서 내려와 땅에 서 있도록 만들 것이다.”
그 후 양산선사가 법상에 오르자 과연 나와 물었다.
“집안 도둑을 막기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 그가 원한을 품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 안 다음에는 어떻게 합니까?”
“ 무생국(無生國)으로 내쫓아 버려라.”
“ 그곳은 그가 안신입명(安身立命)할 곳이 아닙니까?”
“ 죽은 물에는 용이 살지 않는다.”
“ 산 물속의 용은 어떤 것입니까?”
“ 물결을 일으키되 파랑(波浪)이 일지 않는다.”
“ 갑자기 폭포가 쏟아지고 산악이 무너질 때는 어떻습니까?”
양산선사는 과연 법좌 위에서 달려 내려와 그를 콱 잡고 말하
였다.
“그대는 이 노승의 가사자락을 적시지 마시오.”
스님(대혜)이 말하였다.
“깨달은 사람끼리 만났을 때는 자연히 주고 빼앗고 하는 것이
볼 만함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