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선림고경총서 - 25 - 종문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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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4.발심한 지 일 년이 지나면/담당 문준선사



               담당(湛堂文準)스님이 말하였다.
               “선납자가 막 대중으로 들어와 처음 발심했을 때는 불보살과
            어깨를 나란히 하다가도 1년이 지나면 부처의 허리 부근에 와서

            마치 유리병처럼 매달려 있다.애당초는 텅 비고 깨끗하다가 더러
            운 물이 반병쯤 들어가 흔들면 속에서 출렁출렁 소리가 난다.그

            러나 갑자기 본색인(本色人)이 나타나 그것을 보고 말한다.‘네가
            가진 이 병은 본래 깨끗했으나 더러운 물에 더럽혀졌다’고.게다
            가 병이 가득 차지 않아서 출렁거리는 소리만 들린다.이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려면 반드시 병을 기울여 물을 쏟아내고 흔들어
            깨끗이 씻은 후 병에 예전처럼 가득히 깨끗한 물을 부어 놓으면
            물소리가 나지 않을 것이다.무슨 까닭에 물소리가 나지 않는가?

            물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65.병에 맞게 약을 쓴다면/대혜스님



               엄양(嚴陽)존자는 조주(趙州從諗)선사를 친견한 사람인데 한 스
            님이 그에게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 흙덩이다.”
               “ 무엇이 불법입니까?”

               “ 지진[地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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