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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上 27


               “30년 후에 이를 거론할 사람이 꼭 있을 것이오.”
               이 말에 이도위는 큰소리로 웃었다.





               6.원두 소임을 맡아서/흥양 청부(興陽淸剖)선사


               흥양 청부(興陽淸剖)선사가 처음 대양(大陽警玄:942~1027)스

            님 회하에서 원두(園頭:채소밭 관리를 맡은 스님)가 되어 외씨를
            심고 있는데 대양스님이 물었다.
               “참외가 언제쯤 익을꼬?”

               “ 지금 다 익었습니다.”
               “ 단것을 골라 따오너라.”
               “ 따서 누구에게 먹으라 주실 겁니까?”

               “ 참외밭에 들어가지 않는 자에게 먹도록 주겠다.”
               “ 참외밭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참외를 먹을 수 있습니까?”

               “ 너도 그를 아느냐?”
               “ 모르지만 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양스님은 웃으면서 참외밭을 떠났다.

               청부스님이 병으로 앓아 눕자 대양스님이 문병을 와서 말했다.
               “이 몸이란 허깨비나 물거품 같은 것이지만 허깨비나 물거품

            속에서 일을 마쳐야 한다.만일 허깨비나 물거품 같은 것마저 없
            다면 생사대사를 끝낼 길이 없다.만일 생사대사를 끝내려고 하거
            든 이 허깨비나 물거품을 알아차려야 한다.어떻게 하겠는가?”

               “ 그래도 아직은 이곳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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