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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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上 29
“화엄경 을 대강 공부했습니다.”
“ 화엄경 에서는 무엇을 종지로 삼는가?”
“ 법계(法界)를 종지로 삼습니다.”
“ 법계는 무엇으로 종지를 삼는가?”
“ 마음입니다.”
“ 마음은 무엇으로 종지를 삼는가?”
법수스님이 대답을 하지 못하자,의회스님은 말하였다.
“터럭끝만큼의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벌어진다.그대 스스로
하고자 한다면 깨닫는 것이 있을 것이다.”
그 후 17일이 지난 어느 날,한 스님이 화두를 거량하였다.
“백조(白兆志圓)스님이 보자(報慈慧朗)스님에게 ‘알음알이가 생
기면 지혜가 막히고,생각[想]이 변하면 본체[體]가 달라진다고 하
는데 알음알이가 생기지 않았을 때는 어떻습니까?’라고 물으니 보
자스님이 ‘막혔구나!’하였다.”
이 말을 듣고서 법수스님은 크게 깨치고 곧장 방장을 찾아가
깨친 바를 말하니,의회스님은 기뻐하며 말하였다.
“전후하여 수많은 좌주가 나를 찾아왔었지만 오직 그대만이 큰
법을 이어받을 만하다.앞으로 우리 종문은 너 한 사람에게 달려
있다.”
이에 법수스님은 8년 동안 부지런히 섬기니,의회스님의 추천
으로 수좌가 되었고,서주(舒州)사면산(四面山)의 주지가 되어 세
상에 나갔다.뒤에 동경(東京)법운사(法雲寺)의 주지를 지냈으며,
운문(雲門)의 정통 종지가 이로부터 세상에 크게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