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3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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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上 33
낙전거사 하늘에 노닒을 좋아하여
유마거사 방장실이 비어 쓸쓸하네.
樂全居士樂於天 維摩丈室空翛然
12.부모를 찾아뵙다/설당 도행(雪堂道行)선사
설당 행(雪堂道行:1089~1151)스님은 괄창(括蒼)사람이다.어
린 나이로 진사시(進士試)에 급제하였으나,살생하는 것을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생겨 마침내 집을 나왔다.사주(泗州)보조왕사(普
照王寺)에서 출가하여 탑 청소를 맡아보다가,삭발한 뒤에는 서주
(舒州)용문사(龍門寺)의 불안(佛眼淸遠)스님에게 귀의하여 시자가
되었다.옷 한 벌로 여름과 겨울을 지내고 게다가 이[虱]를 죽이지
않고 키우게 되니,곁 사람들이 모두 그를 싫어하여 항상 불당의
구석에서 혼자 좌선하였다.그러던 어느 날,현사(玄沙師備)스님의
‘축착각지두(築著脚指頭)’라는 화두를 들다가 크게 깨친 바 있었
다.불안스님은 사천 땅 사람인데,상당법문을 하려다가 마침 도
행스님이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장난 삼아 말하였다.
“사천성 중은 익지도 않은 건초이고 절강성 중은 멋들어진다.
여러분들이 내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나의 시자승을 보라.”
이 말에 모든 대중이 껄껄대며 웃었다.
그 후 그의 아버지가 태상박사(大常博士)에서 삼구(三衢)태수
로 나오게 되었을 때,도행스님은 어머니가 매우 늙었으므로 집을
찾아갔다.문지기가 그의 남루한 옷차림을 보고 두번 세번 들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