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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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하게 하므로 마침내 도행스님은 옷을 벗어 건네주자 겨우
통과할 수 있었다.그의 모친은 소식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앞으
로 거꾸러지면서 “내 아들이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이냐!”하고 놀
라며,마침내 도행스님을 내실로 맞이하여 옷을 갈아 입히고 목욕
을 하도록 하였다.스님이 목욕하는 사이에 옷을 모조리 새 옷으
로 바꾸어 놓으니 도행스님이 울면서 말하였다.
“내 몇 해 동안을 그들과 한 식구로 지내 왔는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갑자기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 길로 곧장 길상사(吉祥寺)를 찾아가 잠을 잤다.이튿날 부모
형제가 모두 찾아가서 만나려고 하였으나 도행스님은 첫 새벽녘에
떠나서 만날 수 없었고,벽 위에 시 한 수가 적혀 있을 뿐이었다.
내 마음 쇠붙이 같다고 탓하지 마오
나 자신도 아직껏 안타까워하나니
문 앞에 내린 눈 모두 쓸고 나면
바야흐로 불꽃 속에 연꽃이 피겠지요
온갖 일 다시는 묻지 말고
다 같이 인연을 잊어버립시다
이 일을 이루는 날에
금강의 씨앗이 나타나리다.
莫嫌心似鐵 自己尙爲冤
掃盡門前雪 方開火裡蓮
萬般休更問 一等是忘緣
箇事相應處 金剛種現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