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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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로 구주(衢州)명과사(明果寺)를 찾아가면 화편두(華扁頭
:應菴曇華)라는 사람이 있는데,그는 비록 후배지만 견식이 뛰어
나니,너는 그곳으로 가는 게 좋겠다.“
노스님의 말을 따라 밀암스님은 명과사 담화스님에게 귀의하였
다.담화스님의 가풍은 엄격하여 들어가기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함걸스님은 갖은 고초를 꺼리지 않았다.하루는 담화스님이 방장
실에서 그에게 물었다.
“바른 법안이란 무엇인가?”
“ 깨진 사기그릇이 무슨 값어치가 있겠습니까.”
“ 그렇다면 허공이 다 녹아 없어졌을 때는 어떻게 되는가?”
“ 삐죽삐죽 주머니 속의 송곳자루가 불거져 나옵니다.”
“ 같은 죄를 두 번 벌주지는 않는다.”
담화스님은 즉시 법상에 올라 대중들에게 알렸다.
“크게 깨친 사람이 법당 앞에서 절벽이 무너지고 바위가 깨질
만한 말을 하였노라.”
함걸스님은 담화스님을 의지하여 4년 동안에 많은 성인의 명맥
(命脈)을 모조리 깨치고,모친이 연로하여 고향에 돌아가겠다 하니
담화스님은 게를 지어 전송하였다.
크게 깨쳐 기연에 맞는 말로
곧장 정수리가 확 트였고
4년을 함께 지내며
묻고 따져도 텅 비어 흔적이 없네
아직은 의발을 전하지 않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