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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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上 61


            만 얻어도 능히 구름을 일으키고 안개를 뿜어내는 용과 같은 인
            물이 아니겠는가?우리들이 행각하는 일은 내 자리에서 나의 본분

            사를 결판짓는 것이지 외학(外學)을 전공하는 데 있지 않다.오랜
            세월이 지나 안목이 열리면 자연히 모든 부처님의 눈동자를 가려
            낼 수 있을 터인데,하물며 세간의 문자 따위야 어떠하겠는가.





               28.꿈속에서 지은 시 한 수/굉지 정각(宏智正覺)선사


               굉지 정각(宏智正覺)선사가 원통사의 주지로 있을 때 어느 날

            꿈속에서 시 한 구절을 지었다.


                 빽빽한 솔밭길 아름다운 문에
                 희미한 달 아래 황혼녘 되어 이르렀네.
                 松徑蕭森窈窕門 到時微月正黃昏



               이로부터 몇 해 동안 그 시를 까마득히 잊은 채 지내 왔는데
            건염(建炎:1127~1130)연간에 오랑캐를 피하여 삿갓 하나를 쓰

            고 절강(浙江)동쪽을 지나 천동사에 이르니,때마침 천동사는 주
            지가 물러난 뒤였다.스님이 배에서 내려 첫 새벽에 산을 들어가
            니,마치 날이 밝은 때처럼 빽빽한 솔밭길이 고요한데 가는 연기

            아지랑이 속에 달빛은 싸여 있었다.이에 갑자기 지난 꿈속의 시
            구(詩句)가 생각났다.객사에 들어가 이름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

            님들 가운데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 “장로사 (長蘆寺)노스
            님 아니십니까.어떻게 여기에 오셨습니까?”하고서 주사(主事)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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