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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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다가 커서는 아내를 두고 자식을 기르며 생활을 꾀하고 벼슬
               길로 나아가기에 바쁘니,경전 류는 일찍이 손에 잡아 보지도 않
               는다.설령 한가한 시간에 경전을 읽고 즐긴다 해도 이야기 밑천
               이나 삼기 위해서일 뿐이니,어떻게 그 깊은 진리를 깨칠 수 있
               겠는가.또한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모든 이는 제각기 그들의 일

               에 매여 있어 그들이 선림법석이 있는 줄을 알고서 설령 그곳을
               찾아가 참구하고 싶다 한들 어떻게 갈 수 있으며,어떻게 도반과
               짝이 되어 산사를 행각하며 참선하고 도를 물을 수 있으며,대중
               과 함께 해박한 견문을 얻을 수 있겠는가.그리고 만에 하나 눈
               밝은 스님을 어느 계기로 만날 수 있다 하여도 아무런 공부가
               없는 터에 얼마나 들을 수 있으며 얼마나 얻을 수 있겠는가?묻
               는 것도 없이 보고 들은 것으로 스스로 증거를 삼고,더 이상 널
               리 묻거나 깊이 연구하지 않는다.그리고는 겨우 한두 마디 듣고

               그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눈은 높아 은하수를 바라보고
               콧대는 하늘 끝에 닿도록 거드름을 피운다.제 스스로 ‘나는 부
               처와 조사를 뛰어넘었으며 수많은 성인이 모두 나의 발아래 있
               노라’고 으스대며 불경이나 선종의 서적은 한번도 보지 않은 채
               그것만으로 갈등이라는 비난을 피하려고들 한다.그러나 이 부필
               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우지 않으려면 그만이겠지만 만일 몸과 마음을 결택하기 위
               하여 배운다면 빈틈없이 치밀하게 탐색해야 할 것이다.철두철미
               하게 뼛속에 사무치도록 깨달아 모든 것이 그대로 완전한 맑은
               광명으로서 한 점 티끌도 가리지 않도록 한 다음에야 비로소 나
               는 그대에게 고개를 숙이리라.
                 은지여!이 일은 결코 하찮은 게 아니다.당장에 무시 이래로
               있어 온 생사의 뿌리에서 벗어나 생사를 관장하는 염라대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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