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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上 65
31.승려를 업신여기는 형조관리에게 따끔한 편지를 쓰다/
부정공(富鄭公)
정국공(鄭國公)부필(富弼)은 투자 수옹(投子修顒)선사에게 공부
하며 제자의 예를 다하였고,인품이 신중하며 마치 처음 배우는
사람 같았다.뒷날 비부(比部:刑曹)의 우두머리 장은지(張隱之)가
그의 세력을 빙자하여 승려들을 업신여기자 정국공은 마침내 그
에게 편지를 보냈다.
“선가(禪家)의 사람들은 보통,첩경으로 하지 않고 번잡스럽게
설명하는 것을 보면 그것을 ‘갈등(葛藤)’이라 하여 이를 천하다고
나무라기도 하며 마침내는 갈등가를 지어 문집에 게재하기도 한
다.나 부필은 일찍이 그 까닭을 생각해 왔는데 오늘 그대와 함
께 생각해 보려 하니,어떻겠소?
대저 세속의 선비와 승려들의 본성(本性)이나 식견이야 애당초
엔 터럭끝만큼의 차이가 없겠지만 그들의 사적(事蹟)은 매우 다
른 점이 있다.우선 승려는 어릴 적에 출가하여 오랫동안 불경을
보면서,보고 듣는 모든 것이 부처에 관한 일들이다.머리를 깎
은 뒤에는 도반과 짝을 지어 행각하며 가고 싶은 곳에 가서 참
선하고 도를 묻는 이외엔 대중생활을 한다.견문이 해박하고 핵
심적인 데다가 한없이 귀와 눈으로 보고 듣는다.이렇게 해서 도
가 성숙되다가 어느 날 눈 밝은 스승의 지적을 받고 그 자리에
서 견처가 생기면 그때는 자신이 이제껏 보고 들은 바를 가지고
스스로 증거를 삼으니,어찌 명백하고 통쾌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 세속의 선비들이란 어릴 때부터 세속 일에 젖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