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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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묘총이 밖에서 들어오자 묘희스님은 풍즙의 말을 그대
로 전하니 묘총이 웃으며 말했다.
“예전엔 곽상(郭象)이 장자(莊子)에 주석을 붙였다.하지만 아
는 사람들은 장자가 곽상의 글에 주석을 붙였다 생각하고 있습니
다.”
묘희스님은 마음속에 이 말을 새겨 두었는데,그 이튿날 묘총
이 방장실에 들어가자 묘희스님이 물었다.
“옛 큰스님들은 산문 밖을 나가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밭에서
인절미를 먹을 수 있었느냐?”
“ 스님께서 저의 허물을 눈감아 주신다면 곧 스님께 말씀드리겠
습니다.”
“ 내,그대의 허물을 눈감아 줄 터이니 한번 말해 보아라.”
“ 이 묘총이 스님의 허물을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 기름 바른 인절미는 어떻게 하고?”
묘총이 할을 하고 밖으로 나가고 나서는 이어서 ‘투기송(投機
頌)’을 지어 올렸다.
갑자기 진면목을 부딪치니
기량이 얼음 녹듯이 없어졌네
달마는 무엇 하러 서쪽에서 와가지고
이조로 하여금 헛되이 삼배를 하게 하는가
다시 또 이럴까 저럴까
한 무리 초적들이 대패하였지.
驀然撞着鼻頭 伎倆氷消瓦解
達磨何必西來 二祖枉費三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