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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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上 93
꼽아 놓은 듯하였다.그런 일이 있은 지 열흘이 못 되어 쌍경사
(雙徑寺)의 주지로 임명하는 조서가 내려졌다.사람이 만년에 불과
(佛果)를 이루게 되면 환골(換骨)의 징조가 있는 듯하다.
쌍경사로 가려는 차에 설림 자광(雪林慈光)이라는 스님을 만났
다.그는 오랫동안 불지(佛智端裕)스님에게 귀의했으나 만년에 두
눈이 멀었기에 혜산사(慧山寺)에 머무르고 있었는데,게송 세 수를
지어 오봉(五峯)화장사로 보냈다.
도독스님 작은 번뇌 모두 다하자
전우(도독의 스승)생각 불조 생각 모두 사라지고
웃으며 조칙 받들어 남쪽으로 떠나니
천고의 총림에 반짝거리는 등불이로다.
塗毒離微及盡 典牛佛祖俱亡
笑捧天書南去 叢林千古耿光
천태산 산마루 깎아지르듯 우뚝 섰고
큰 호수에는 백설 같은 파도 꽃이 휘날린다
묻노니 오호의 스님들이여
오늘날 천하에 어느 누가 있단 말인가.
台嶺危峰壁立 大湖雪浪華飛
試問五湖禪衲 如今天下有誰
늙고 병든 이 몸,스님의 덕 입었고
부처님께서 나의 소리를 거두셨네
천리마 꼬리에 붙어 가는 파리처럼 그를 따라 갈석암 구경하니
용을 올라타고픈 생각이 부질없이 일어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