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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림성사 上 97
들어가면 몸이 불의에 빠지게 되고 덕을 잃고 구제할 수 없게
되니,이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법을 파괴하는 비구는 삿된 마귀의 기운들이 한몸에 모여 미
치광이처럼 거짓된 일을 태연자약하게 하며 속임수로 선지식인
척 모습을 나타내어 선림의 큰스님들을 들먹거리면서 스승이라
하고,요로의 귀족에게 종문의 권속이라 아첨하며,바라지도 않
는 존경을 떠받치면서 불법을 파괴하는 실마리를 열어 주고 나
아가 백의서생(白衣書生)이 선상(禪床)에 올라가도 그 아래에서
절을 하여 성인의 제도를 어기고 종풍을 크게 욕되게 한다.우리
불도의 쇠퇴함이 지극하여 여기에 이르렀도다.아,슬픈 일이다.
이는 하늘에서 그를 죽이고 귀신이 그의 죄를 기록할 만한 큰
죄악이니,만 번 죽는다 한들 어떻게 그 아첨의 죄를 속죄할 수
있겠는가?
설숭(明敎契嵩)스님의 원교론(原敎論)에 이런 말이 있다.
“옛 고승은 천자를 만나도 이름을 이야기하지 않으며 편지나
문서를 쓸 때 공(公)이니 사(師)이니라고 말한다.종산 승원(鍾山
僧遠)스님은 황제의 가마가 산문에 이르렀는데도 선상에 앉은 채
산문 밖에서 맞이하지 않았으며 호계 혜원(虎溪慧遠)스님은 천자
가 심양(尋陽)까지 이르러 조칙을 내렸는데도 산문 밖을 나가지
않았다.세상 사람들은 그들의 인품을 가상히 대하였고 그들의
덕을 존경하였으니 이 때문에 당시 성인의 도가 세상에 떨쳤다.
후세에 이르러서는 고승을 추앙한다 하는 자들이 벼슬하는 자와
사귀는 모습을 보면 못난 선비의 예우를 받는 데도 미치지 못하
여,그들의 출신이나 처신은 “못난 선비들이 스스로 만족하는 경
지만도 못하다”하였으니 하물며 승원스님처럼 천자를 만날 수
있으며 또한 혜원스님처럼 태연자약할 수 있겠는가?이러고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