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6 - 선림고경총서 - 26 - 총림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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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을 친견하여 도의 경지에 올라 방외(方外)의 도우(道友)라 일컫
는다.그들은 사랑과 미움,거슬림과 순탄함을 깡그리 휩쓸어 버
리고 세속의 구애와 거리낌을 벗어났으니,보는 사람은 옷깃을
여미고 그를 경외하여 그들 경지의 테두리를 엿볼 수 없다.
그러나 사대부 가운데에는 그저 한가하고 고요한 곳을 찾아
마음을 선적(禪寂)에 머무르고자 하는 자는 본래의 ‘유(有)’를 발
휘해 낼 뿐이다.후세에 이르러 예컨대 큰스님의 모범은 보지 않
고 오로지 아첨을 일삼아 아무쪼록 세상에 나아가기를 구하여,
무릇 주지로서 이름을 드날려 장로(長老)라 하는 자들이 이따금
씩 명함에까지 어느 문파의 승려라고 기록하며 앞사람들을 받들
어 은부(恩府)라 하고서 사찰의 소유물을 꾸러미로 싸 가지고 관
가에 아첨하여 올리니,식견이 있는 자들은 가엾은 마음으로 그
를 비웃는 데에도 그들은 전혀 부끄러움을 모르고 있다.
아!우리 총림의 승려는 하나의 병,하나의 발우만을 들고서
구름이 흘러가듯 새가 날듯 떠도는 사람들이다.그렇다고 추위와
굶주림의 절박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녀나 구슬,비단에 연
연할 것이 없는 데에도,허리를 굽혀 빗자루를 움켜쥐듯 허리가
시큰하도록 하니 스스로가 모욕되고 비천한 일을 이처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들이 은부라 일컫는 것은,개인의 사사로운 말이지 아무런
근거도 없는데,부질없는 못난이가 앞에서 소리치면 백 사람의
못난이들은 그 뒤를 따르며 ‘예,예’하며 다투어 받들 듯하니 스
스로 왜소해질 뿐이다.이처럼 부처의 가르침을 깎아 내리는 데
에 있어서 아첨하는 사람보다도 더한 자는 없을 것이다.아첨하
는 데 잽싸게 잘한 자는 실제로 간사한 속임수로 위선을 행하려
는 조짐이다.비록 단정한 군자일지라도 교묘히 그들의 함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