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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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와기담 上 101
가 지극히 크다 하지만 그의 뜻과는 비교할 수 없고 일월이 지
극히 밝다 하지만 그만큼 통달할 수는 없다.큰 재물과 높은 벼
슬을 마치 털끝처럼 가볍게 버리고 찬란히 빛나는 사업을 천균
(千鈞)처럼 보존하여 힘써 닦으며 부지런히 행한다.가야 할 곳
에 가고 들어야 할 바를 들어서 온갖 지혜의 근원을 깨닫고 배
울 것이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진실로 우주 밖을 밟고 만사 가
운데 비밀히 움직여 마치 빈 골짜기에 산울림이 되돌아오듯 세
사에 응한다.이런 사람이야말로 내 깊이 사랑하는 바이다.
헛된 명성을 날리고 남다른 옷을 입고,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많은 사람 위에 있는 자라 하여도 그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
가?길손이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는가?그는 못 하는 짓이 없
고 나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거짓말쟁이
길손이여!어찌 그리도 지혜가 없는가.
과선사는 보교편(輔敎編)에 주석을 썼는데,홍구보(洪駒父)가
여기에 후서(後序)를 붙이고 그의 초상화에 글을 쓰기도 하였다.
봉우리 앞에 학이 우니
울음소리 하늘에까지 들리고
폭포수 아래서도
생각은 샘처럼 솟구친다
저 멀리 바라보면 의연하시나
가까이 마주하면 온화하신 분
쌍검산이 높이 솟고
향로봉에 연기 피어오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