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P. 106

106


               “맨 첫 구절을 알면 맨 끝 구절을 알 수 있고 맨 끝 구절을 알
            면 맨 첫 구절을 깨닫게 된다.맨 첫 구절과 맨 끝 구절을 한쪽으

            로 던져 버리면 ‘백장야호(百丈野狐)’화두를 어떻게 깨달을 수 있
            겠는가?”
               “ 방에 들어올 때 이미 찾아온 뜻을 알고 있는데 무엇 하러 또

            다시 수레바퀴에 묻은 진흙을 들추십니까?”
               “ 이 신장로(新長老)가 상좌의 손아귀에 죽었다.”
               “ 말씀이야 비록 다르지만 지극한 이치는 차이가 없습니다.”

               “ 무엇이 차이가 없는 일인가?”
               “ 황룡(黃龍)의 뿔을 두들기지 않으면 어떻게 턱 밑의 구슬을 알
            겠습니까?”

               이 말에 사심선사는 그를 때렸다.당시 사심선사는 자신의 초
            상화에 제(題)를 썼다.



                 헐렁한 이빨 검은 얼굴은
                 광남 지방의 도적이로다
                 속은 텅 비고 마음만 높은 것이
                 문필을 모르도다.

                 齒缺面黑 廣南正賊
                 空腹高心 不識文墨


               재선사가 4수의 게송으로 이를 해석하여 사심선사에게 올렸다.



                 헐렁한 이빨 검은 얼굴은
                 달마가 다시 오심이라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