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4 - 선림고경총서 - 27 - 운와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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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혜(大慧)스님이 이 게송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본수좌가
세상에 나와 신주(信州)박산사(博山寺)의 주지로 있을 무렵 게를
지어 오거사(烏巨寺)의 행(行)화상에게 보냈다.
오거산 정상에 늙은 호랑이
발톱과 이빨을 칼날에 비하랴
삼구(三衢)거리에 가만히 앉았으나
포효하는 한소리에 천지가 텅 비도다.
烏巨山頭老大蟲 爪牙何啻利如鋒
等閒坐斷三衢路 哮吼一聲天地空
그가 파양(鄱陽)천복사(薦福寺)의 주지로 옮겨갔을 때 처음 주
지[開山]인 복호(伏虎)선사를 찬하였다.
사람인데 사람은 없고 범이 있으며
범인데 범은 없고 사람이로구나
악독은 가운데에서 나오지 않고
‘물아(物我)’는 밖으로 나타나지 않으니
그가 사람인 줄 모르고
그가 범인 줄 모른다
다만 도가 있을 뿐이니
사람과 범이 여기서 여여하도다.
人無人而虎也 虎無虎而人也
毒惡無所發乎中 物我無所形乎外